“그리고 오후 다섯 시쯤에도 나가 보니 또 다른 이들이 서 있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당신들은 왜 온종일 하는 일 없이 여기 서 있소?’ 하고 물으니, 그들이 ‘아무도 우리를 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그는 ‘당신들도 포도밭으로 가시오.’ 하고 말하였다.”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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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당신께서 우리를 찾아오는 시계는 천천히 가지만 멈춤이 없습니다. 연민의 시계. 부르심의 시계. 아픔을 이해하는 공감의 시계…. 그 시계는 이른 아침, 9시, 12시, 오후 3시, 그리고 이제 하루 일을 마치고 더 이상 새롭게 일을 시작할 가능성이 없는 오후 5시까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어서 까지 작동합니다.
그것이 당신의 방식입니다. 당신은 선택의 시간을 기다리는 혹은 선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아픔과 긴장을 충분히 이해하십니다. 필요가 있지만 그 필요를 스스로 채울 수 없는 사람들의 기다림을 마지막 순간까지 잊지 않고 채워주십니다.
저의 마음에 남는 오늘 복음 속의 사람들은 오후 5시까지 당신을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마음은 이미 숯처럼 까맣게 타 들어갔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당신의 부르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당신을 기다렸기 때문입니다. 필요로 하는 사람의 필요를 채워 주는 것이 얼마나 큰 사랑입니까? 그렇지만 그필요를 채워줄 사람을 기다리는 것은 큰 사랑이 아니면 가능하지 않은 일입니다. 당신을 끝까지 기다리는 사람을 당신은 결코 잊지 않으십니다. 당신의 시계가 "천천히" 가니 저 또한 당신의 오심을 "천천히"기다립니다.
사진ⓒ정강엽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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