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의 책 ‘뜸BOOK 뜸BOOK’

이 달의 으뜸가는 BOOK , 그래서 뜸들이며 읽는 BOOK

이영옥 마리아 자매님이 추천하는 이 달의 책(뜸BOOK)을 한 달에 한 권씩 소개합니다.
시, 소설, 에세이, 신앙서 중 추천하는 이가 주관적으로 선택하며, 신간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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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2026년 10월 뜸BOOK2026-10-0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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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20-기러기-표지-1.jpg (226.6KB)

10월의 뜸BOOK 『기러기』 메리 올리버 시선집

메리 올리버 저자(글) 민승남 번역  | 마음산책 |  380쪽

혹시 가을을 타시나요? 그럴 때 가장 위로가 되는 게 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매년 이맘 때면 찾아 읽게되는 시가 있습니다. 「기러기」라는 시인데요, 1986년에 발표된 메리 올리버의 이 시는 한때 미국 대학 기숙사의 벽에 가장 많이 걸려 있었던 시라고 하고,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9.11 테러 8주년 추모식에서 낭독했고, 지금도 널리 사랑받고 있는 시입니다.  『기러기』 시선집은 전미도서상을 받았는데, 「기러기」외에도 퓰리처상 수상 시집 『미국의 원시(American Primitive)』를 포함해 메리 올리버의 대표작 142편을  묶은 알찬 시집입니다. 선물로도 아주 좋은 시집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시집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일은 매우 드문데, 메리 올리버의 시집들은 거의 모두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렸고 소셜 미디어에서 가장 많이 공유되는 시인 중 한 명입니다. 복잡한 수사나 난해한 비유 대신, 누구나 읽고 바로 느낄 수 있는 평이하고 맑은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구차한 설명을 하기보다는 이 책에 실린 시 몇 편을 함께 감상해보려고 합니다.



「기러기」

착하지 않아도 돼.

참회하며 드넓은 사막을

무릎으로 건너지 않아도 돼.

그저 너의 몸이라는 여린 동물이

사랑하는 걸 사랑하게 하면 돼.

너의 절망을 말해봐, 그럼 나의 절망도 말해주지.

그러는 사이에도 세상은 돌아가지.

그러는 사이에도 태양과 투명한 조약돌 같은 비가

풍경을 가로질러 지나가지,

(…)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상은 너의 상상에 맡겨져 있지,

 저 기러기들처럼 거칠고 흥겨운 소리로

너에게 소리치지

세상 만물이 이룬 가족 안에 네가 있음을

거듭거듭 알려주지.


 

「해답」

할머니는 주전자들과 국자들 사이에 서 계셨지.

환한 미소 지으며, 문법에 맞지 않는 말로,

넌 복이 많다, 꼭 훌륭한 사람이 되거라 하셨지.

그래서 난 할머니를 기쁘게 해드리려고 공부했지─

그 풍요의 해에 온갖 과일들을 따서

조리고 식혀서 이름표를 붙인 할머니를 난 늘 기억할 거야.

 

「블랙워터 숲에서」

이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세 가지를

할 수 있어야만 하지.

유한한 생명을 사랑하기,

자신의 삶이 그것에 달려 있음을

 

알고 그걸 끌어안기,

그리고 놓아줄 때가 되면

놓아주기.

 

   「한두 가지만」

오랜 세월 난 그저

삶을 사랑하기 위해 애썼지. 그런데

 

나비가

바람 속에서, 가볍게, 날아올랐지.

 

“삶을 지나치게 사랑하지 마.”

나비는 그렇게 말하고,

 

세상 속으로

사라졌지.

(…)

 

 

「텃밭」

케일의

주름진 소매,

피망의

빈 좋,

리커 칠한 양파.

 

비트, 보리지, 토마토,

풋강낭콩.

 

나는 집에 들어와서 조리대에

전부 올려놨지. 골파, 파슬리, 딜,

흐릿한 달 같은 호박,

비단신 신은 콩, 비에 흠뻑 젖은

눈부신 옥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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