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의 책 ‘뜸BOOK 뜸BOOK’

이 달의 으가는 BOOK , 그래서 들이며 읽는 BOOK

이영옥 마리아 자매님이 추천하는 이 달의 책(뜸BOOK)을 한 달에 한 권씩 소개합니다.
시, 소설, 에세이, 신앙서 중 추천하는 이가 주관적으로 선택하며, 신간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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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10월의 뜸BOOK <빛과 실> 한강2025-10-01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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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8 빛과 실 - 책 표지.jpg (39.5KB)

10월의 BOOK <빛과 실> 한강 산문//일기

한강 | 문학과 지성사, 167

제가 목을 빼고 기다렸던 책입니다.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받은지도 어느새 거의 1년이 되가고 있는데요, 그동안 목을 빼고 기다렸습니다.   이번엔 어떤 작품으로 우리를 만나줄까, 하고요. 지난 4 <빛과 > 저희에게 왔습니다. 출간 부가 넘게 팔렸다니, 많은 분들이 노벨상 이후 책을 간절히 기다렸나봅니다. 누군가를 멀리서 팬으로 좋아하게 되면 사람의 일상이 궁금해지지 않습니까? 어떤 집에서 사나, 하루를 어떻게 보내나, 어떤 습관이 있나, 아끼는 찻잔이 있나, 엄마하고는 어떤 얘기를 하나, 말이지요. 책에는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빛과 전문과 함께 그동안 발표되지 않았던 다섯 편의 , 그리고  작가의 소소한 일상을 들여다볼 있는 산문들이 실려있습니다. 정원일기에는 작가가 2019년에 자신의 명의로 처음 갖게된 작은 집에서 다섯 평의 꽃밭을 만들고 가꾸는 2 남짓한 과정이 일기형식으로 실려있고, 엄마와 일상에서 나눈 대화도 실려있습니다.

 

만일 한강의 소설이 부담스러워 읽다 중단했거나 그래서 후에 작가의 소설에 접근하는 어려우셨다면 짧은 소책자로 한강에 입문해보시길 추천합니다. 글을 때의, 그리고 쓰고 나서의 작가가 가진 생각을 들여다보는 것도 작품을 이해하는 도움이 되니까요. 책은 한강 작가가 오래 지녀온 마음 이야기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날들을 어떻게 살고싶은지도 말해줍니다. 글쓰기로  인생을 껴안고” “사람들을 깊고 진하게 만나고” “충분히 살아내고그리고 죽기 전의 순간에 햇빛을 오래 바라봤어라는 생각을 하고싶다고 하네요. 보너스로 곳곳에 실린 사진도 한강 작가가 직접 찍었다고 합니다.

( 책은 펭귄출판사에서 <Light and Thread>라는 제목의 영문판으로 만들고 있어 2026 3 출간예정으로 이미 예약판매를 시작했습니다.)

 

Club Suit with solid fill  마리아의 밑줄 ( 전체가 밑줄 감입니다!)

                                             코트와 ’ ()

나는 오십 늙고/ 코트는 이십 늙었네

서른 겨울에 / 겨울 외투는 평생 이거면 되겠다 했던/ 종아리를 덮는 검정색 코트

안감은 미어지고/ 밑단 재봉은 두어 터졌다 다시 감쳐지고/ 양쪽 소맷단에 까만 보풀이/ 물방울들같이 맺힌 코트

오십 늙은 내가/ 이십 늙은 코트를 입고/ 겨울볕 아래로 걸어가네

(중략)

나는 오십 늙고/ 코트는 이십 늙어

팔을 뻗으면/ 소매가 순순히 따라오고/ 깃을 세우면/ 목은 움츠러져 거기 잠기고

내가 코트를 입을 / 코트도 나를 입는지/ 겉감이 안감을 당기고/ 안감이 겉감을 두르듯

코트는 나를 안고/ 나는 코트를 업는지

(중략)

나는 오십 늙고/ 코트는 이십 늙어

어느 헤어질 서로를 안고 업고/ 겨울볕 속으로 걸어가네” p.65-67

 

열다섯 대지에 딸린 집을 봄에 샀다. 마흔여덟 살에, 명의로 온전히 갖게 최초의 집이다. 조용한 보행자 골목에 있다는 , 해를 가리는 높은 건물이 주변에 없는 단층집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대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조그만 다른 세계에 들어온 것처럼 느껴졌던, 설명할 없이 온화한 공기의 감각이 좋았다. 여름에 잔금을 치른 최소한으로 집을 고쳤다. 지붕과 벽과 기둥을 그대로 두고 바깥의 화장실만 안으로 들였다. 부엌의 레이아웃은 항공기의 주방처럼 조그많게 그렸다.” p.87

 어제 엄마가 처음으로 집에 오셨다. 그사이엔 팬데믹 때문에 궁금해만 하다가 시상식에 혼자서 올라오신 것이다. 용산역으로 마중을 나가, 분명히 춥게 입고 오셨을 같아 미리 두툼한 패딩을 사서 플랫폼에서 만나자마자 입혀드렸다. 대문을 열고 마당으로 함께 들어서자마자 엄마가 물었다. 세상에, 거울은 뭐냐?  마루로 들어오셔서는 마당을 내다보며 말씀하셨다. 태어났던 닮았다. 크기가요?  크기도 그렇고 마당도 그렇고, 느낌이다. 기억은 무렵부터 살았던 집에서 시작된다. 전에 동안 살았던 최초의 집은 기억에도, 어떤 사진에도 남아 있지 않다. 내가 집에 처음 들어선 순간 사랑에 빠진 이유,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필설로 설명할 없는 온화함으로 경험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된걸까?” p. 155

외풍이 차다며 엄마는 내가 차도 끓이게 했다. (창호를 바꿔야지 이렇게 바람이 들어오는 집에서 어떻게 사냐.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아파트를 사라. 지저분한 거울은 버려라. 낙엽도 깨끗이 쓸고.)  같이 담요를 덮고 모로 마주 누워 손을 잡고, 시상식에 시간이 때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p.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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