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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옥 마리아 자매님이 추천하는 이달의 책(뜸BOOK)을 한 달에 한 권 씩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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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3월의 뜸BOOK '허송세월' 김훈 산문집2025-03-05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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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송세월 김훈 산문집 | 나남출판사, 336쪽


허송세월: 하는 일 없이 세월만 헛되이 보냄.


평생 치열하게 몸으로 글을 써온 김훈 작가의 나날이 결코 허송세월이 아니었음에도 그는 요즈음 허송세월로 바쁘다고 합니다 (“혀가 빠지게 일했던 세월도 돌이켜보면 헛되어 보이는데, 햇볕을 쪼이면서 허송세월할 때 내 몸과 마음은 빛과 볕으로 가득 찬다. 나는 허송세월로 바쁘다” p43)

밥벌이의 노고와 지겨움을 치하하고, 자전거로 전국을 밟으며 글을 쓰고, 라면을 끓이면서도 묵상을 하고, 안중근의 침묵의 내용을 성찰해보고, 역사 속 인물뿐 아니라 우리 신앙의 조상들이 겪은 일을 소설로 쓰고, 현실의 사태를 날카롭게 직시하는 글을 써온 김훈 작가는 삶의 구석구석을 살아내고 생각하고 적어냅니다. 그래서 그의 역설적인 허송세월은 우리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습니다. 그는 문학이 삶의 무게를 온전히 감당하지는 못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의 글에서 삶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끼고 감동하고 성찰합니다.

코로나 팬데믹 때 김훈 작가는 심장질환으로 24시간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는데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경험할 수 있었고 죽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하며 “살던 세상으로 돌아오길 잘했구나”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살아있음’의 다행함을 이 책에서 45편의 글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1부 ‘새를 기다리며’에서는 작가의 현재를 들여다볼 수 있는 14편의 글이, 2부 ‘글과 밥’에서는 “밥벌이하고 싸우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지지고 볶는 일상”을 다룬 16편의 글이, 3부 ‘푸르른 날들’에서는난세를 살았던 이들에 관한 14편의 글로 드봉주교, 정약용과 정약전 형제, 안중근, 방정환, 임화, 최인훈, 박경리, 백낙청, 신경림 등에 관한 단상들이 펼쳐집니다.


♣ 마리아의 밑줄

이 장난치는 어린것들의 몸의 리듬을 들여다보는 일은 늙어 가는 나의 내밀한 즐거움이다. (95쪽)
이 골목식당 가격표 안에서도 인간의 영성은 살아 있다. 영성은 밥 속에도 있다. (165쪽)
나는 다만 하느님이 안중근의 영혼을 안아서 거두었을 것으로 믿는다. 안중근의 침묵의 내용은 하느님이 아신다. (245쪽)
1인칭과 3인칭 사이에  ‘너’가 있음으로써 인간은 복되다. 3인칭을 2인칭 ‘너’로 변화시켜서 끌어당기는 몸과 마음의 작용을, 쑥스럽지만  ‘사랑’이라고 말해도 좋다. (259쪽)
햇볕 속에서 하루 종일 놀다가 저물어서 집에 돌아오면 엄마는 “네 머리통에서 햇볕 냄새가 난다”하고 말했다. (3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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